푸콘온천여행
11월 21일 화요일
푸콘의 캠핑장 날씨는 온화하고 따뜻하여 햇볕은 강한 자외선으로 뜨겁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서늘하다.
오늘은 세계테마기행에서도 소개된 화산온천을 찾아 나섰는데
푸콘에서 86km거리에 빌라리카 활화산 반대편에 있는 빨간색 난간으로
여러 개의 탕과 탕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만든 곳으로
이곳에서도 가장 유명한 온천이라고 소개한다.
무턱대고 찾아 나섰는데 70km까지는 포장도로라 그럭저럭 갔는데
나머지 16km는 완전 비포장에 꼬부랑길에 언덕도 많고 자갈을 깔아 여간 미끄럽지 않다.
겨우 진땀 빼고 오토바이를 몰고 도착하였는데 입장료가 한국돈으로 1인당 오만원,
둘이 십만원을 내야 들어 가고 타올과 락커를 빌려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만 갈등이 생긴다.
십만원이면 닷새는 캠핑장에서 더운물로 샤워하고
전기 맘대로 쓸 수 있고 즐길 수 있는데 3시간 목욕하자고
거금을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
오늘은 포기하고 내일 다른 저렴한 온천을 찾아 보자고
되돌아 나오는데 여유가 없는 것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녁으로 시내 대형마트에서 닭다리를 사다 압력밥솥에 푹 삶아 백숙을 해먹고 잤다.
11월 22일 수요일
푸콘에서 35km에 있는 온천이 저렴하다는 블로그의 평을 읽고
그곳으로 직행하여 찾아 갔는데 비용은 한사람당 팔천페소로 만오천원 정도하며
깊은 계곡물이 흐르는 물가로 여러 개의 노천탕이
꾸며져 있었고 그 중에 한 개만이 적당한 온도에 목욕하기 알맞고
나머지 서너 개는 미지끈한 온도라 별로 였고 찾아 오는 방문객도 적어
우리끼리 오붓하게 준비해간 음식도 먹으며 즐기다 돌아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짐이 너무 많아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헬리녹스 체어투 흔들의자 두셋트와 헬리녹스 야외테이블을 처분하기로 하고
팔릴 만한 곳을 찾아 다니는데 번화가 건물 모퉁이에서
벙거지 모자를 쓰고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앞에는 돈을 담는 깡통을 놓고
제멋대로 팔 다리를 꺾으며 흔들어 대는 춤이 가관인 젊은이를 보는 순간,
어디서 많이 본 벙거지모자가 생각나 얼굴을 자세히 보는데
이 젊은이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데 산티아고 한인성당에서
미사때 처음 본 진영범이라는 30대 초반의 친구이고 길거리에서 춤을 춰
모은 푼돈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란다.
이 친구도 작년인 2016년 11월에 오토바이를 부산에서 칠레로 보낸
남미 선발자로 출발 전에 나에게 카톡으로 수차례나 통관절차등을
상세히 알려준 고마운 젊은이였다.
우리 부부가 저녁 식사를 준비할 테니 함께 여행중에 만났다는
인천 사는 20대 초반의 마리아자매와 여고동창인 친구도 함께 7시반까지 오라고 초대하였다.
돼지고기에 소시지를 넣고 고추장 찌게를 끊이고 찹쌀과 메쌀을 섞어 압력밥솥에
한 가득해 놓고 한참을 기다려도 안 와 아이쿠, 이거 큰일났구나.
찌게 두 냄비와 한솥 가득 밥을 해놨는데 안오고 있으니 우리 둘이 먹어 치우려면
며칠은 걸릴텐데 고민이 되어 안되겠다 싶어 길에 나가 한참을 기다리니
영범이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 오고 있었다.
방에서 쉬고 싶어하는 마리아와 친구도 함께 빨리 오라고 재촉하여
밥상을 차려주니 왠걸 걸신들린 사람처럼 와인 한병과 꿀물까지
한 방울 안 남기고 싹싹 바닦까지 비우기 먹어 치웠다.
얼마 만에 집 밥을 먹는지 모른다며 너무 맛있다고 먹는데
꼭, 부모가 자식들 여러 날 굶겼다가 밥상 차려준 것 같아 우리는 적게 먹었지만
속으론 뿌듯하였다.
영범이한테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아피아신부님도 계속 무게를 줄이라고
두고 가라고 하셨던 그 의자와 테이블을 팔려고 들고 다니다 길에서 만난 영범이한테
모두 주고 팔아서 여행경비에 보태 쓰라고 서슴없이 주워 버렸다.
이후,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젊은이들이 돌아가고 곧바로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는데
보이지 않는 주머니가 한 개 있다. 가기 전까지 여러 차례 식은 음식을 데워 주느라
잘 쓰던 버너와 옆에 두고 불을 붙여 주는 토치와 비상시 사용할 세컨드 가스버너와
라이터까지 들어 있는 손바닦보다 더 큰 주머니 한 개가 감쪽같이 사라져
어두운 주변을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혹시 몰라 영범이한테 카톡으로 의자세트와 테이블 속에 묻어 들어갔는지
찾아 보라고 하였으나 안 보인다고 문자가 왔다. 기막힐 노릇이다.
그게 없으면 내일 아침부터 불을 못 피워 굶을 판이다.
준비물 중에 무엇하나 없어지면 맥가이버가 아닌 다음엔 대체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캠핑장에는 며칠 동안 한적했는데 어제 저녁부터 북적거려 혹시나 손을 탓나?
다른 장비는 모두 그대로 있는데 하필 가져가봐야 별 쓸모도 없는 것이 왜 없어 졌을까?
밤새 뒤척이며 궁리하다 날이 밝으면 한번 더 찾아 보기로 하고 잠들었다.
모두 아직 잠든 이른 아침, 캠핑장 주변을 돌며 찾아 다니는데 잃어 버렸던
나의 소중한 주머니가 속이 텅 빈 채 수풀 속에 있었다.
속이 들어 있던 나머지 물건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다시금 찾아 나서는데 여기 한 개 저기 한 개씩 보이더니 결국은 대부분 찾았다.
소행은 분명 커다란 개일 것이다. 송아지만한 시커먼 개가 그 동안 항상 음식을
만들 때마다 옆에 다가왔지만 게의치 않았고 소행이 괘씸했지만 찾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며칠 후 확인해보니 좀더 찾아 봤어야 하는데 MSR유니버샬 버너는 휴발유 등유 가스
모두 사용 가능한 버너로 몇개의 휴대부품을 교환하면 모두 쓸 수 있도록
비닐주머니 안에 가지고 다녔는데 그것을 찾지 않고 모두 찾은것으로 착각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서울 가서 새로 장만하면 된다, 되찾은 것에
만족하고 기분 좋게 칠로에 섬으로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