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카리아 2017. 12. 20. 22:09





11 24 아침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어제 놓아둔 물건이 모두 다 그대로 있는데 유독

 

압력밥솥과 바게트빵과 식빵이 안보인다빵은 개가 물어 갔다고 하더래도 

 

압력밥솥은 절대로 개가 물어가진 못했을 텐데 없어졌다면 사람의 짓이지 싶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값나가는 물건은 그대로 남아있고 음식만 없어진 걸로 봐선

 

짐승짓이 틀림없는데 

 

국물이 들어있는 무거운 압력밥솥이 없어진 것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어제 아침은 버너가 들어 있는 주머니가 없어져 주변에서 되찾은 일이 

 

퍼뜩 떠올라 또 다시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여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압력밥솥과 뚜껑이 열려 있고 고무바킹도 주변에 함께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안에 들어 있던 닭다리와 국물은 오간데 없고 깨끗하게도 비워 있었다

 

그나마 소중한 우리의 압력밥솥을 찾은 것만도 너무 감사해

 

잃어버린 아흔아홉 양떼보다 한 개의 압력밥솥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 압력밥솥을 아피아신부님은 우리보고 무겁게 밥솥까지 들고 다닌다고 하셔서

 

그럼 신부님 가지라고 드렸었는데 그만멕시코에서 오셨던

 

아미칼 수녀님이 압력밥솥은 멕시코에선 절대 필요한 물건이라고 

 

다시 돌려받으라고 해서 되돌려 받은 물건인데 역시 밥맛은 압력솥 밥이 최고다.

 

아침식사는 아피아신부님이 주신 귀한 꿀로 차 한잔씩 타 마시고

 

칠로에섬 허리부근이며 지도상에는 태평양 바다가 한눈에 보일 것 같은

 

위치에 있는 내셔날파크 캠핑장을 찾아 이동

 

완전 오지라서 가기 전에 카스트로 시내에 들려 며칠 먹을 식량을 준비해

 

시골길을 38km를 찾아 들어갔는데 정작캠핑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되돌아 나와 몇 군데를 찾았는데 대부분이 시즌이 아니라서 준비가 안돼있고 

 

 

시설이 안 좋은데다 가격도 비싸게 불러 다른 곳을 찾아 되돌아 나왔다

 

오토바이 박스 위에 실은 가방 세개가 크고 무거운데다 그 위에 두 사람이

 

올라앉으면 노면이 조금만 좋지 않으면 운전하기가 너무나 위태롭다

 

가다 서다 하는 게 가장 힘들고 뒤에서 내렸다가 다시 올라 탈 때마다

 

초긴장을 해야 한다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약간만 기울어져도 되돌릴 다리 힘이 부족해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모든 짐을 내리고 빈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운 다음

 

다시 짐을 실어야기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다

 

빨리 숙소를 정해야  한시름 놓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다행이 넓직하고 우리뿐인 괜찮은 캠핑장을 발견하여 주인집 아들과 손짓 발짓과 

 

간단한 영어로 시설이 어떤지 먼저 파악하고 다음으로 더운물 샤워와 전기를

 

쓸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본 다음 가격 흥정에 들어가 의외로 가장 저렴한 하루에

 

일인당 4000페소를 달라고 하여 올컨히 더 깎을 수도 있겠다 싶어 10일동안

 

머물 테니 하루에 둘이 5,000페소를 말하고 눈치를 보니 난색이라

 

오케이하루에 6,000페소로 낙찰하고 서로 악수로 답했다

 

그 동안 쌓인 피로도 풀 겸 두명이 하룻밤에 10,000원이면 

 

10일간 푹 쉬었다 가야겠다

 

아차

 

주변 경치와 시설만 확인했지 와이파이가 안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워낙 외진 곳이라 인터넷은 안되므로 10일동안 세상과 불통으로 지내야 된다니

 

끔찍한 일이다

 

주인 가족이 모두 친절히 반갑게 맞아 주는 것으로 지낼 만 할 것이다.







11 26일 일요일


이곳 캠핑장에서 35km를 나가야 시내에 있는 성당을 갈수가 있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부슬비가 추적 추적 내려 오토바이를 두고 마을버스를 타고 다녀 오기로 하고 


일단 큰길가로 나가 어디에 버스가 서는지를 몰라 시내방향으로 걸어 가는데 얼마를 못 가 


승용차가 오는 것을 보고 엄지척을 하였다. 차가 섰다. 촌치성당에 미사하러 간다고 시늉을 하니 


타라고 한다. 중년남자와 부인, 그리고 딸이 카스트로에 가는 중인데 우리를 태워줬고 


직업이 무언지는 몰라도 프랑스 사람들이라고 소개를 한다. 당연히 우리도 한국에서 온 


오토바이여행자라고 설명하고 가톨릭 신자라 시내에 있는 성당에 일요미사를 드리러 간다고 설명했다


하필, 성당에서 3km전에 내려 주며 자기네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중간에 내려 줬다


무초 그라시아스!! 막상 내려 걸어서 3km를 가려니 차비는 절약했지만 중간에 마을버스가 


지나가는 것으로 보고 세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다 걷기로 하였다. 등에 땀이 흘렀지만 


성당 문을 열고 들어 서니 입장성가가 시작되고 아슬 아슬하게 지각은 면하였다


칠로에섬의 가장 큰 특징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여러 개의 성당들이 모두 순수한 나무로만 


지어져 옛모습 그대로 고결하게 간직되어 있다. 혹시나 싶어 철못을 사용한 곳이 있나 살펴봤지만 


이음새 사이사이 모두 나무못을 깎아 사용한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미사가 끝나고 시내구경을 


나서니 하필, 일요일은 모두 가게 문을 닫아 설렁하기가 괴기스럽고 부둣가에 가보니 


몇 점포만이 다니는 손님도 없는데 문을 열고 있었다.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촌치보다 


큰 카스트로로 이동하여 중심광장에 있는 노란색으로 칠한 성당을 둘러봤고 대문은 굳게 


잠겨있지만 겉모습만이라도 보고 시내를 둘러본 후  대형마트에 들렸다가 마을버스를 두번 


갈아 타고 캠핑장으로 돌아 왔다



 

 

  

 11 27일 월요일 ~ 12 2일 토요일


이곳 칠로에섬 내셔날 파크의 날씨는 아침과 저녁은 한국의 쌀쌀한 초봄의 날씨이고 


낮에는 햇볕이 따가운 늦봄 날씨라 그 동안 밀린 빨래와 침낭을 건조시키고 점심 후 지도에 


나와 있는 전망 좋은 바다를 보기 위해 간식을 준비해 해변으로 향했다. 바다가 저 멀리 보이는 


비포장길을 13km를 가야 전망대가 나온다는데 끝까지 가봤자 그 바다가 저 바닷가이지 싶어 


중간에 포기하고 옆으로 가로질러 바닷가 가까이 가봤다. 그만 가길 잘했다. 쌍안경으로 


들여다 보니 저 만치 보이는 전망대는 망망대해를 바라 볼 수 있게 약간 높은 산에 있다는 것뿐 


주변에 한 사람도 없어 보인다. 바다 말고는 별로 볼게 없다는 얘기다. 돌아와 조용한 캠핑장에서 


아내의 플롯 감상이나 하고 있다


화요일, 수요일 역시, 한가한 하루, 아침 시작기도를 시작으로 점심을 알리는 사이렌소리에 맞춰 


삼종기도를 드리고 잔디밭 테이블에 앉아 햇볕을 따라 다니며 밀린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침기도로


 마감한다.


 금요일, 아침을 먹고 70km거리에 있는 카스트로 시내에 들려 차이텐으로 들어 가는 배편을 


알아 볼 겸 나섰다. 페리 출항일이 일주일에 두번으로 일요일과 수요일에만 있다는 소식과 


오토바이와 두명 포함해서 42,000페소로 4시간걸리다는 얘기를 듣고 숙박을 월요일에 출발일로


 예약했으나 하루 앞당겨 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