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전기자전거 여행

뿌교와 나스카에서 수녀님을 뵙다.

즈카리아 2018. 3. 28. 04:40


쿠스코에는 잉카의 유적들이 곳곳에 많이 남아 있었고 가이드를 자청하신 


전보근신부님의 해박한 지식을 들으며 가톨릭이 들어오게 된 배경과 당시의 시대 


상황들을 듣게 되어 잉카의 슬픈 역사지만 보는 저에게는 새로움이었으며

 

한국에서 온 신자 자매님들도 몇분도 계셔서 함께 다니게 되었다. 


다음날,


쿠스코에서 나스카 가는길에 뿌교라는 동네에 들려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한국수녀님을 뵙고 가게 되었다.


가는 길은 4,000m 이상 높은 산등성이 위를 몇시간을 달려도 똑같은 길이 나 있으며 


옛날 대관령 넘던 꼬부랑 고갯길은 매우 신사적인 길이고,


이곳 길은 낮고 평평한 지대를 찾아 길을 내는 것이 아닌


무조건 꼭대기까지 올라 가기 위해 수십개 넘는 갈짓자형으로 정상까지 길을 내어 


초입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지그 재그로 올라 가고 내려 오는 차들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윗길과 아랫길이 불과  몇미터 간격을 수백번 180도 회전을 해야 하며


코너를 돌때는 반듯이 상대방 차가 오는지 확인후에 돌아야지


긴 트레일러가 오면 길을 모두 차지하므로 반대 차선이 아예 없어져 버린다.


오토바이는 그나마 날쌔게 피할수나 있지, 


승용차가 코너에서 마추치면 영낙없이 후진을 하던지 


트레일러가 멈춰 세워줘야 비켜 갈수가 있다.


가는 도중에 시커먼 구름이 몰려 오더니 마른 번개가 번쩍이고


부슬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안개가 차츰 다가와 


결국에는 10m 앞이 않보일 정도로 캄캄해지고 헤드라이트를 켜도


커브길 반대차선에 차라도 오면 아찔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벼랑에서 굴르기라도 한다면 뼈는 고사하고 시체도 못 찾을 판인데...


숨막히는 순간 순간 몇시간동안을 버티고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아 


천만 다행으로 도착한 뿌교 수녀님댁은 맑은 날씨로 결국 280km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 8시간만에 도착하였으니 시속 30~40km 로 소걸음으로 달려 왔고


아내는 긴장이 풀렸는지 완전 초주검으로 반실신 상태가 되어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한참을 기다리고 계셨다는 수녀님은 영문도 모르시고 저녁미사 시간이 다되어 빨리 


성당에 가자고 재촉하시니 아내는 엉거주춤 그래도 일어나 따라 나선다.


다행이 4,500m이상을 오는길에 몇시간을 달렸어도 고산증세가 약하게 와서 천만 다행이었고


이곳은 3,700m 동네라 그나마 낮아져 숨은 가쁘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였다.


우리 수녀님은 장애아동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내셨고 손수 음식을 만들어 입에 떠 먹여주는


모든 소소한 일까지 장애아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계셨다. 


그나마 다행인게 동네 관청에서 일년에 한두번씩 식재료를 배급을 해줘 


오늘은 그것을 수령하러 가는 날이라 수녀님을 따라 나섰다.


야마고기를 소금에 절였다가 건조시켜 북어 말리듯한 고기 푸대와 


쌀도 50kg 몇 자루를 주는데 창고안에는 흰쌀 자루와 누런쌀 자루가 따로 있었고


배급자는 우리에게 누런쌀 포대 자루를 가져 가라 했고 


남은 몇kg을 누런 쌀을 봉지에 더 담아 주는데 쌀을 만져 보니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정부미로 통일쌀을 몇년식 창고에 보관했다가 배급미로  방아를 찌면


흰쌀이 누렇게 변질되어 밥을해도 맛이 없고 주고도 욕을 먹는다고 했다.


우리 수녀님께 이왕 받는거 흰쌀로 바꿔주면 않되냐고 슬쩍 물어 보랬더니 


배급자가 나를 힐끗 쳐다 보더니 바꿔 가란다.


얼시구나 좋아라 무거운 것은 둘째치고 새쌀로 바꿔준다는데 힘든게 대수야!


얼른 창고안으로 원위치시켜 주고 새쌀을 밖으로 옮겨다 놓았다.


수녀님은 묵은 쌀이라 변질돼서 누런것을 아직 모르고 계셨다.


식용유도 주고 이것, 저것 곡식이며 엄지 손마디만한 납작 콩도 한푸대 주어


삼륜 오토바이를 빌려 잠비아수녀님과 함께 옮겨 싣고 흥겹게 수녀원으로 돌아 왔다.


수녀님은 아침식사로 스프를 만들어 주셨는데 


이곳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먹는다며 내어 오신 보릿가루 비슷한 죽으로 


한국에서는 엄청 비싸 강남아줌마들이나 먹었다는 "마카"와 "쿠니아"를 섞어 끓인 죽이었다.


아내는 건강식품으로 몸에 좋다는 얘기는 들어다는데 


나는 금시초문이라 미숫가루를 물에 타 먹는것 같았다.


이 동네가 마카와 쿠니아 원산지라 싸고 질이 좋다고 하셔서 


길거리 시장에서 반말(4kg)이나 샀는데 커피 한잔 값이었다.


집까지 잘 가져 가는게 큰 문제지만,,,


오후에는 120km 가까운 거리의 나스카를 향해 달려 


드디어 바다가 가까운 저지대로 내려 왔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몰라도 우리도 4,000m 이상 고산에서 거의 한달을 지내고 


내려와 편안한 공기를 마음껏 숨쉴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