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토요일
루르드성지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깜짝 놀랬다.
어마 어마한 군중이 광장에 모두 서있어서 무슨 행사라도 있는가 하고
가까이 비집고 들어 갈 무렵 제대가 보이고 "평화를 빕니다".하며 서로 인사를 하여 두번 놀랬고
거의 끝나가는 오전 미사중이였다.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간 덕분에 바로 앞에서
할아버지신부님이 허리가 반은 굽힌 채로 영성체를 나눠 주시고 계셨다.
루르드성지는 많은 할아버지신부님이 은퇴도 안하시고
아직 성직에 계시니 희안하게 느껴졌다.
얼떨결에 성체를 모시고 나서 내가 무얼했지?
워낙 많은 신자들 때문에 영성체를 30분 걸린것 같다.
끝나자 마자 신자들 몰려오기전에 성수받는곳으로 달려가 물통부터 채우고
한모금 마시며 무사히 세계일주를 마칠수 있게 해달라고 성모님을 향해 기도 드렸다.
다음은 침수하는곳으로 가보니 푯말에 2시부터라고 써있서서 인지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는데 할아버지 봉사자가 나를 불러 세워 가까이 가니
침수할거냐고 물으신다.
그렇다고 했더니 칸막이 파이프를 열어주시며 어서 들어 오란다.
웬일이지?
침수 대기실에 들어가보니 20여명 이상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앉은 순서대로 한명씩 손짓해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맨끝에 앉아 있었는데 봉사자가 나를 손짓으로 부른다.
키가 크고 멋지게 생긴 50대 프랑스봉사자가 뭐라 물어보는
한마디도 못알아 듣고 있으니 "유 노 잉글쉬?" 한다. 얼떨결에 "예스"다
"어디서 왔느냐?" ? / "남쪽 한국"
"본명은?" / "즈카리아"
"처음이지?" / " 아니, 두번째 방문"
잘왔어. 침수 준비하게 옷 벗어.
어이구, 차거워,
차디찬 젖은 큰 타올로 빨개벗은 등뒤에서 감싸주며
양팔을 양옆에 서서 부축해주며 성호와 기도를 함께 하자고 하는데
주기도문인지 성모송인지 알아들을수가 없어
나는 성모송을 혼자 하였다.
욕조에 전신을 뒤로 눞혀 담가 준다.
이렇게 황홀할수가 !!!!!!
전신을 찬물속에 잠시 담갔다 나왔을 뿐인데
젖은채로 한방울도 닦아내지 않고 벗은 옷을 다시 입고 나오며
무슨 영문인지 머리가 몽롱하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한참을 성모님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후 내내 성지 주변을 맴돌며 여기 저기 돌아 다녔다.
어쩐일인지 이번 방문기간 동안은 한국인 비슷한 사람을 한명도 못보았고
필리핀과 베트남 비슷한 사람들이 엄청 눈에 많이 띈다.
다음날(음력9월19일), 일요일 아침 9시반.
어제 늦게 도착하여 영성체 모신게 죄스러워 서둘러 성당에 들어서니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먼발치에서도 제대가 보이질 않는다.
통로까지 꽉찬 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쓰리다.
신심이 부족하여 매일 지각이나 하고 다니니...
성체를 전부 수녀님들이 주시는데 가까이 가보니 덩치가 남산만하고
무섭게 화가 난 얼굴에다 입술이 두꺼운 까만 흑인수녀님이 주셔서 다른 줄로 옳겨볼까
고민하다 그대로 받아 모셨다.
오후에 또다시 한차례 성지를 돌고 성수를 받으려고 줄서있는데
내차례가 되어 수도꼭지를 아무리 눌러도 고장이 났는지 물이 나오질 않는다.
그때, 뒤에서 팔이 쑥 나오더니 검은 손이 수도꼭지를 눌러 주신다.
물이 쪼르르 나오길래 병을 채우고 돌아 보니
깜짝 놀래라!
오전에 성체를 나눠 주시던 흑인수녀님이 아니신가?
정말 우연이라고 하기엔 오전에 너무나 분심을 가진게 죄송스럽다.
수녀님 고맙습니다...
오늘이 내 생일날인데 어떻게 아시고 내 생일밥상을 수녀님이 맛나게 차려주셨을까?
수녀님, 평생 기억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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