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가톨릭한국선교사를 찾아

페루 고산지역의 뿌교에서 한국수녀님을 뵙다.

즈카리아 2018. 5. 22. 15:55


페루 고산지역의 뿌교에서 한국수녀님을 뵙다.


한국수녀님 한 분이 장애복지시설을 돌보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고 

 

나스카 가는 길목인 중간지점이라 뿌교를 들려 찾아 뵙고 가기로 하였다.

 

쿠스코는 해발 3,000미터에 있고 나스카로 가는 길목에 뿌교라는 작은 도시는 

 

바다가 가까운 낮은 곳으로 고산증은 조금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왠걸

 

가는 길은 한계령 꼬부랑길은 아기수준이고 한눈에 아래부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꼭대기까지 S자로 수십 개가 층층이 보이며 얼마나 좁고 급경사인지 

 

대형차가 오면 코너에선 양 차선을 모두 차지해 비켜 줄 공간이 전혀 없어

 

급히 지나치던가 미리 멈춰야지 사고를 피할 수 있다.

 

8시간을 대부분 정상인 4,000m ~ 4,600m까지 오르락 거리며 달렸으며

 

먼발치에서 시커먼 먹구름을 보며 달렸는데 마른 번개가 번쩍거린다.

 

멀찍이 보기에는 장관이라 할 수 있으나 가까이에서 번쩍이면 소름이 오싹하고

 

며칠 전에 전보근신부님한테 들은 바로는 최근에 고산 위에서 목동들이 번개에

 

맞아 집단으로 양과 함께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는데 

 

어쩌면

 

안데스 산들은 하나같이 작은 나뭇가지 하나 자라지 않는 푸른 초원뿐이고 

 

계곡이 아닌 산정상에 길을 만들었을까

 

피할 곳이라고는 마주 오는 대형트럭뿐이며 

 

큰 바위나 웅덩이조차 한곳도 없는지라 왠지 불안하다.

 

번쩍하고 한참 후에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리며 뒤에 탄 아내도 놀랬는지

 

힘을 주어 꼭 등을 껴안는다.

 

역시나 우려했던 비는 쏟아지고 안개가 자욱해지며 10m도 앞이 안 보이도록

 

어두워 지면서 큰 화물트럭은 안개 속을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데

 

불빛이 가까이 도착해서야 보이니 아무리 갓길로 바짝 붙여 속도를

 

10~20km로 줄여도 휙 지나칠 때면 온몸이 오싹 떨려 온다.        

 

지금은 한여름이지만 4,000m 이상 되면 햇볕이 들어도 쌀쌀한데 

 

비까지 오면 기온이 뚝 떨어져 영상15도에서 영상3~5도로 내려가고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 영하로 떨어져 오토바이를 세우고 자켓안에

 

겨울 옷을 더 껴입고 비옷을 입어야 한다.

 

멈추면 고산증세가 더 심해 숨을 크게 몰아 쉬며 헐떡이게 되고

 

산소부족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며 기운도 쏙 빠져 ,하의가 붙어 있는

 

원피스비옷을 혼자서는 도저히 입기가 너무 힘들어 서로 입혀 줘야 한다

 

평소 270km 거리라면 3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무려 8시간만에

 

뿌교에 도착하여 한국수녀님을 만났는데 6시 저녁미사가 30분 남았다고

 

빨리 옷 갈아 입고 서둘러 준비하라신다.

 

전보근신부님 말씀엔 뿌교 가는 길은 큰 산 4개만 넘으면 낮아지니

 

금방 갈 거라고 하셔서 믿고 달렸는데 8시간 내내 4,000m 이상

 

고산지대였고 뿌교 역시 2,700m라서 그리 낮은 지역은 아닌데

 

아내는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다리 힘이 빠져 주저 앉아 버렸고 

 

도착한 이곳은 날씨가 개어 수녀님은 우리가 지나 온 길에서 고생한

 

일을 전혀 모르고 성당에 서둘러 가자고 하셨다.

 

아내는 일어나 주섬 주섬 젖은 옷을 벗어 갈아 입고 


평일 저녁미사에 참석하였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수녀님은 


농가에서 직접 짜서 생우유를 바케스 통에 들고 와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매우 고소하고 맛이 좋다며 몇 리터를 사셨고

 

즉석에서 구워주는 빵도 몇 개 사셨다.

 

뱃속은 꼬르륵거리는 데 맛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수녀님은 몽땅 챙겨서 들고 가시며 

 

수녀원에 가서 함께 저녁식사로 먹자고 하셨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길에 도롯가 원두막에서 파는


애플망고가게를 여럿 봤는데 

 

가파른 비탈길가에 위치해 있어 오토바이 주차가 힘들 것 같아

 

지나다 보면 주차하기 좋은 곳에 또 과일가게가 나오겠지 하고 왔는데

 

 가게가 마지막이었던 지라 사먹고 올걸 중간에 점심 먹은 이후론

 

쫄쫄 굶고 빗속을 뚫고 쉬지 않고 끝까지 오느라 배가 많이 고팠었다

 

한국수녀님은 매일같이 정신지체 장애우 들과 함께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시며 

 

먹이고 입히며 재우며 손발이 대신되어 주는 일을 하고 계셨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오신 수녀님도 계셔서 두 분이 함께 계시며 

 

요즘은 방학기간이라 일부는 부모 만나러 집에 갔고 현재는 집이 멀어

 

가지 못한 10여명을 돌보는데 많을 때는 수십 명을 되어 벅차지만 

 

주님께서 주신 사업이라 조금도 어려움 없이 해 나갈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다음날,

 

나스카까지는 170KM로 가까우니 점심 먹고 출발하기로 하였고

 

작은 마을이라 오전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수녀님 일도 도와 드리고

 

가기로 하였다.

 

수녀님이 아침식사로 주신 음식 중에 스프가 맛이 있어 물어 보았더니

 

안데스 중에 이곳이 원산지라는 "마카" 가루와 키노아로 끓인 죽이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없는 최고의 건강식품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마카는 한국에서는 "안데스의 산삼"으로 불리며 인기가 많아 귀국할 때

 

사가라고 말씀하셨다.